늑대 /Sonorilo

2018.04.11 14:00

Kulturce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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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늑대

 

마지막으로 노나는 그 집을 되돌아보았다. ‘그 집을 보지 않는 것이 좋겠어.’라고 그녀는 마음속으로 말했다. “그것은 이제 내 집이 아니야. 사람들이 그 집을 부수고 그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게 될 거야 ; 여기에 집이 있었고 거기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아무도 알지 못할 거야.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진다: 집들과 사람들, 언젠가 집과 사람들이 있었지만 후에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노나는 그 길을 향하여 시선을 돌렸다. 그것은 멀리서는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곧은 길이었다. 그 시간에는 버스가 다니지 않았으므로 그녀는 큰 길로 걸어가서 버스를 기다려야만 했다. 그녀는 출발했다. 노나는 모든 삶을 거쳐 왔다. 일생동안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렸다. 때때로 그녀는 지치기도 했지만 그녀는 앞으로 나아갔고 기다렸다. 그녀는 무엇을 기다렸는가? 때로는 무언가 그녀 속에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작은 희망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제 낮이 피곤한 듯 느리게 지나가고 있었다. 서쪽 여기저기에서 낮의 소리 없는 발자국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마지막 햇살로 인하여 호두나무 잎은 황금색으로 보였다. 길옆에는 오래된 호두나무들이 있었는데 그 나뭇가지는 커다란 새의 날개와 비슷한 모양의 부드러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길 위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오래전에 그들의 밭일을 끝냈고 근처의 모든 것은 침묵 속에 묻혔다. 호두나무 뒤에는 초록색 바다와 같은 들판이 있었다. 그 들판은 멀리 밝은 푸른색의 언덕까지 뻗어서 투명하고 부드러운 커튼처럼 보였다.

 

노나는 걸어갔으며 그녀 눈앞의 그 길은 초록색 호두나무들 사이에 장례식 리본처럼 검게 보였다. 그녀는 혼자였다. 완전 혼자였다. 오늘 그녀의 집을 산 그 남자는 그녀를 이상하게 보았다. 이 작고 연약한 외로운 여인이 그녀 자신이 태어난 집을 팔기로 결정하였다는데 대하여 사실은 놀랐다. 그녀가 모르는 그 남자는 노나에게 형제자매 또는 다른 친척이 있는지 자문했다. 그녀는 형제도 자매도 없었다. 그 남자는 오래 동안 그 집을 바라보았다. 그는 집안으로 들어갔다가 나왔다가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녔고 천정과 바닥을 흘깃 바라보았다. 마치 그가 언젠가 여기에 둔 무언가를 찾는 듯 했으나 지금은 그것을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노나는 그를 뒤 따라 다니다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이 집을 살 건 가요 말 건가요?”

 

그 남자는 머리를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분명히 그녀의 날카로운 어조가 다소 그를 겁먹게 한 것 같았다. 그는 즉시 대답하지 않고 두 걸음 걸어서 벽을 더듬었다. 그는 마치 벽이 미끄럽고 차가운 것을 확실히 하고 싶은 듯이 그렇게 벽을 어루만졌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네 나는 이 집을 살 겁니다.”

 

그들은 마당으로 나갔다. 그 남자는 분명히 이상하고 말이 없고 생각이 깊은 사람인 듯 했다. 그는 40세 전후였고 좋은 금속 테로 된 안경을 썼으며 회색양복에 밝은 푸른색 셔츠와 바다색의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의 오른쪽 손에 그는 유럽연합이라는 글씨가 쓰여 진 서류가방을 들고 있었다.

 

“제가 시내까지 모시지요.”라고 그가 노나에게 제안했다.

 

그녀는 이를 거절하였다.

 

“고맙습니다만 나는 여기에서 할 일이 좀 있어요.”

 

그 남자는 자기 자동차 안으로 가서 출발했다. 그녀는 길 위에 남아서 자동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는 왜 저 낡은 집을 샀을까? 그는 여기서 무엇을 하려는가?’ 노나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이상 그녀의 관심을 끌지 않았다. 거래는 끝났고 집은 팔렸다.

 

노나는 단지 마지막 밤을 한 때는 부모님의 집이었던 곳에서 지내고 싶었다. 이곳에서 지난 세월동안 그녀가 보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그 무언가를 찾게 될 것처럼 생각되었다.

저녁때가 되자 노나는 잠옷을 입고 커다란 목재 침대위에 누웠다. 그녀는 방에 불을 켜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에 누운 채 귀를 기울였다. 그녀는 발자국소리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노나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이 그들이 한 때 살았던 집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믿었다. 그 마지막 밤에 그녀는 부모님들의 발자국소리를 들었으면 하였다.

그녀는 부모님이 그녀에 대해서 또 그녀의 현재의 생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녀가 하는 일을 인정해 주실 런지 또 노나가 태어난 집을 판 것에 대해서 화를 내시지 않으실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는 집을 팔 것인지 말 것인지 오래 동안 망설였다. 결국 그녀는 결심을 하고 집을 팔았다. 그녀는 그 집에 대해 더 이상 신경을 쓸 수 없었다. 매주 여기에 오기도 어려웠다.

 

어둠 속에서 노나는 방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뚜렷이 보았다; 오래된 호두나무 서랍장, 책상, 의자들 그리고 부모님이 약혼시절에 찍은 사진 액자까지. 방의 창문은 열려 있었고 바깥에서 밤의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갑자기 마치 창문이 열리는 것처럼 무언가가 삐걱거렸다. 노나는 떨기 시작했다.

‘그분들이 이미 여기에 계시구나’ 그녀는 혼자 말했다. ‘아빠와 엄마의 영혼이 온 거야. 나는 혼자가 아니야’ 그녀는 생각에 잠겼다.

노나는 김나지움을 졸업했던 그 여름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그녀를 먼 친척에게 데리고 갔는데 그는 돈이 많은 사람이었고 주택 건설 사업을 하고 있었다.

 

“보그단.” 아버지는 약간 주저하면서 말했다.

 

“저 애는 내 딸 노나일세. 이번 여름에 성공적으로 김나지움을 졸업했다네. 우리는 그 애에게 일자리를 찾아주어야 하네. 자네는 돈도 많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니 우리를 도아 주어야 하네.”

 

보그단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천천히 노나를 살펴보았다. 마치 그가 그녀를 사고 싶어 하는 것처럼 그녀를 바라보았다.

 

“페트로 삼촌. 아주 아름다운 따님을 두셨네요”라고 보그단이 말했다.

 

“우리는 그녀를 위해 반드시 일자리를 찾아야하지요. 그녀에게 맞는 좋은 일자리를 찾을 겁니다. 아름다운 아가씨에게는 좋은 일자리가 있을 것이고 돈을 많이 벌어야죠.”

“건강하시게. 보그단!” 아버지는 무척 기뻐했다.

 

“나는 저런 소녀가 필요합니다.” 보그단이 이어서 말했다.

 

“그녀는 나의 비서가 될 것입니다. 그녀는 전화를 걸고 주택건축에 대한 주문을 받고 때로는 특별한 손님을 위해서 커피를 끓이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내 곁에서 잘 지낼 것이고 만족할 것입니다. 두고 보십시오.”

 

“고맙네. 보그단!” 아버지는 그침 없이 감사함을 표하였다..

 

아버지는 이렇게 빨리 노나의 직장을 구하고 그 같은 어려운 문제가 쉽게 해결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노나는 기쁘지 않았다. 아버지는 보지 못했지만 그녀는 보그단의 시선을 잘 보았다. 그것은 사내의 눈길이었다. 그녀가 아름답고 젊은 것을 보면서 그의 눈은 불꽃처럼 타 올랐다. 노나는 그러한 음탕한 시선을 잘 이해하였지만 아버지의 꿈을 깨뜨릴 생각이 없었고 그를 슬프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그녀의 일자리를 구해서 아주 흡족해 하였다. 직장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 노나의 많은 여자 친구들은 일자리가 없었다. 그들은 직장을 찾아보았지만 헛수고였다.

 

아버지는 만족해서 떠나갔다. 노나는 일을 하기 시작하였지만 그녀는 그녀에 대한 보그단의 음탕한 의도가 이루어지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보그단은 노련한 사람이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였고 좋은 직관력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당장 노나를 굴복시키는 것이 어려울 것임을 알아차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추파작업을 시작하였다.

 

그는 가족과 아이들이 있는 기혼 남자였으나 그것은 그에게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는 노나의 마음을 녹이기 위하여 알려진 모든 방법을 시도하였다. 첫 번째로 그는 급여를 가지고 시작했다. 노나는 충분히 높은 급료를 받았는데 그녀는 이를 격려금이라고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그녀는 정말 부지런히 일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자주 근무시간이 끝난 뒤에도 임무를 전부 끝내기 위하여 남아서 일을 했다.

 

그녀의 영명축일(역주: 자기 세례명과 같은 성인의 이름이 붙은 축일을 축하하는 날)이나 생일 같은 때에 보그단은 노나에게 꽃과 여러 가지 선물을 갖고 왔으나 그는 언제나 그런 선물들이 그녀를 모욕할까봐 조심스러웠다. 몇 번이나 그는 노나를 만찬에 초대하였지만 그녀는 그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어느 때인가 노나는 그에게 직접 대놓고 말했다.

 

“데코브 씨 당신이 의도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용납할 수 없어서 직장을 그만 두었다. 노나는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녀는 아버지가 말없이 그녀를 책망하고 아버지의 눈에 고뇌가 깃들 것임을 예감하였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결심하였던 것이다.

 

몇 달 뒤 노나는 보고단의 운전기사인 토도르와 결혼하였다. 그는 노나와 동갑내기였으며 약간 조심스럽고 조용한 젊은이였다. 아마도 노나는 보그단에게 돈과 집과 호텔만으로 인생의 모든 즐거움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토도르와의 생활은 수월하지 않았다. 보그단은 즉시 토도르를 해고하였다. 노나와 토도르는 노나의 부모님이 사는 옆 마을로 이사하였다. 그들은 둘 다 직장이 없었고 노나의 부친은 그들을 못 마땅하게 여겼다. 반년 뒤에 토도르는 시내버스의 운전기사가 되었다. 그들은 다시 도시로 이사를 하고 세를 얻었다. 다음 해에 노나는 딸을 낳았다. 그들은 딸의 이름을 밀레나라고 지었다. 세월은 지루하고 단조롭게 흘러갔다. 노나는 가끔 자신에게 물었다. ‘내가 이러한 삶을 꿈꾸었던 것인가?’ 토도르는 자주 저녁 늦게 지쳐서 약간 술에 취해서 집에 돌아왔다. 그의 눈은 회색안개처럼 무기력해 보였다. 그는 잠자리에 들자마자 잠이 들었다. 노나는 그를 바라보고 규칙적인 코고는 소리를 들으면서 보그단을 생각했다. 그녀는 자신이 잘 한 일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보그단은 그녀의 마음에 들었다. 교육을 받았고 총명했던 그녀는 그의 곁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고 급여도 좋았다. 보그단과 살았더라면 의심할 바 없이 지금의 비참한 생활보다는 훨씬 안정되고 즐거웠을 것이다. 노나는 사랑 때문에 토도르와 결혼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보그단을 응징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 온 것은 권태와 가난 그리고 딸 밀레나 뿐이었는데 밀레나 만이 노나의 인생에 유일한 의미를 주었다.

 

토도르가 위장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노나는 그가 게을러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불평을 했다.

 

“그래. 당신이 아픈 것은 당신이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기 때문이야. 당신은 하루 낮에 담배 한 갑을 전부 피우고 있어요“ 라고 그녀가 말했다.

 

토도르는 그녀의 비난에 별로 마음을 쓰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의 건강이 갑자기 나빠져서 그는 병원에 가야만 했다. 그는 수술을 받았다. 모든 일들이 급속히 진행되었다.

토도르는 퇴원했는데 건강이 좋아 보였다. 그는 담배와 술을 끊었다. 노나는 그가 드디어 올바른 생활을 하기 시작했기에 기뻐했다. 그러나 그녀의 기쁨은 오래 가지 못했다. 토도르는 여위어졌고 얼굴은 레몬 같은 노란색으로 변했다. 노나는 가장 겁나는 순간이 다가 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의사들은 토도르가 궤양 때문에 고생을 했지만 그것은 암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토도르는 세상을 떠났고 노나는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이 홀로 남았다. 예전에 그녀는 그녀가 만일 보그단과 함께 남았더라면 그녀의 인생이 안정되고 근심걱정이 없을 것이라고 잘 못 생각했었다. 나중에 남편은 가족에게 평온하고 좋은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모든 사람은 그가 다른 사람을 보살피기 시작하는 순간에 진실한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되었다. 노나는 일을 시작해야만 했고 그들의 딸인 밀레나를 돌보아야만 했다. 이제 노나는 생활의 모든 문제를 전적으로 혼자 해결해야만 했다. 그녀는 자기가 마치 외로운 늑대인 것처럼 늑대의 힘을 느꼈다. 지금은 보그단이 측은해 보였다. 그는 아주 많은 돈을 가졌다. 그는 오직 돈만 있으면 모든 문을 열 수 있다고 확신할 것이다. 노나는 가진 것이 두 손뿐이지만 그 두 손이 그녀를 속이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하였다. 밤중에 잠들기 전 그녀는 혼자 있는 것은 그녀에게 축복이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그렇게 느꼈다. 누구에게도 그녀는 아랫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딸 밀레나는 김나지움을 성공적으로 졸업하였는데 공부를 더 하고 싶어 했다. 옛날에 노나는 그녀의 부모님이 돈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학에서 공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노나는 지금 밀레나를 대학생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되었다. 노나는 밀레나가 무엇이든 누구이든지 두려워하지 않는 자유롭고 독립적인 처녀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밀레나는 노나처럼 진짜 용기 있는 암 늑대가 될 것이다. 끝

 

임종수 Sonorilo/2018.5.12./010-9092-0679/snul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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