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코디언 - Vigla

2018.06.10 14:22

Kulturce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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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코디

아코디언

 

비가 왔다. 세차게 내려 급류가 되었다. 칼로얀은 예전에 그런 비를 본적이 없었다. 하늘은 마치 탱크의 흉갑같이 회색빛을 띄고 있었으며 잠시 후 도시위로 소리 내며 떨어질 것 같았다. 갑작스런 번개가 주변을 밝혔으며 귀를 먹게할 정도의 천둥소리도 들렸다.

그러나 칼로얀은 침묵 속에서 천천히 운전했다. 그러나 그는 긴장하였으며, 자기 아버지에게 화가 나 있었다.

“이런 저주스런 비속에서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자문했다.

“차는 고장날거고, 난 더 이상 계속 운전할 수도 없을 터인데. 왜 아버지는 하필 막 이때 출발하기로 작정하셨을까, 그리고 뭘 하실려고 ?”

칼로얀은 스스로에게 고백하건데, 아버지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그분이 살고 있는 어느 집으로 차로 좀 데려가 달라고 이미 며칠 전부터 부탁했었던 터이다.

그러나 칼로얀은 자꾸 미루었고 아버지의 부탁을 이행 하지 않을 새로운 핑곗 거리들을 늘 착안해 내곤 했었다. 한번은 자신이 급한 일이 있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자기 부인 이반을 의사에게 차로 태워가야 할 일이 생겼다, 세 번째 그의 딸 스벨타와 함께 어디로 가야한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말을 끄집어 내기도 전에, 그는 아버지의 눈빛이 어두워지는 것을 눈치 챘고 분개해서 앞으로 더 이상 그와 길게 말을 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칼로얀은 아버지의 말씀에는 원망의 꾸지람과 속상함이 같이 있다는 걸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작은 소리로 “칼로얀, 딱 한번 난 너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는데 넌 날 도와주지 않았어.”

그 후에 아버진 다시는 입을 떼지 않으실 것이고 그의 흐린 두 눈은 섭섭함과 아픔이 서려있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칼로얀은 아버지에게, 할 일이 아무것도 없고 아버지가 가고 싶어 하시는 그곳으로 모셔다 드릴수 있다고 말했다.

“아빠, 우리 지금 출발 할 수 있어요.”

아버지는 기뻐하셨고, 그의 두 눈은 빛났으며 재빨리 새 옷으로 갈아 입기 시작하셨다.

그들이 차속에 앉았을 때, 칼로얀이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갈건가요?”

“잡지에 난 알림을 쭉 읽었는데. 무엇을 말하는지 그 걸 보고 싶어.”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그렇지만, 어느 방향으로 갈 건지 말씀해 주세요.”

칼로얀이 좀 조급하게 물었다.

“타기조 주거지역으로, 그게 어디 있는지 너 잘 알지. 좀 멀지만, 우린 차로 가잖아.”

“좋아요”

칼로얀이 말했다.

“저는 그 지역이 어디있는지 알아요.”

타기조 주거지역은 도시 변두리에 있었고 칼로얀은 어느때도 그곳에 가 본적이 없었다.

“주소 갖고 있어요?”

아버지에게 물었다.

“응”

아버지가 대답했다.

“잡지에 있는걸 보고 적어 뒀었지.”

리베레쪼 5번가 – 주소가 적힌 종이쪽지를 보여주셨는데 칼로얀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이 막 출발하기 시작했을 때, 비는 더욱 세차게 내렸다. 칼로얀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아버진 고집을 피우셨다.

“우린 차안에 앉아있으니 비도 우리를 젖게 할 수 없지.. 여름비라 곧 그칠 거야.”

그러나 비는 점점 더 세차게 내렸고. 번개가 번쩍거리고 천둥이 쳤다. 이윽고 그들은 도심지에 들어섰고 큰 대로를 따라 타기조 주거지역으로 가는 길로 계속 차를 몰았다. 차가 작은 공원을 지나치자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이제 오른쪽으로 몰아라.”

칼로얀은 좁은 길에서 차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500미터 정도 더 가서 아버지가 다시 말씀하시길 :

“이제 왼쪽으로 몰아라.”

왼쪽 길은 아주 나빴다. 길 위엔 웅덩이들이 나 있었고, 그 웅덩이 속엔 물이 가득했고 사람들은 그 깊이가 얼마인지도 몰랐다. 칼로얀은 매우 천천히 운전했고, 그의 화는 점점 더 커져만 갔지만 그는 아버지에게 화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침묵했다. 갑자기 자동차 앞 왼쪽바퀴가 웅덩이 속으로 빠지자 칼로얀은 더는 참을수 없었다.

“아빠, 여기서 차가 망가질 것 같아요.”

그러나 아버진 그의 말을 못들은 척 했고, 다만 이렇게만 말씀하셨다.

“우린 이미 거의 다 왔어.”

칼로얀은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아버지가 잘 아시는지, 확실히 그가 이곳에 있었는지 의심쩍었다. 그 주거지역의 거리들은 좁았고, 집들은 – 작고 낡았다. 거의 대부분이 일층짜리 주택에 살고 있었으며 그들은 과일나무들과 화단들로 둘러 쌓인 마당에서 두려운 듯이 몸을 숨겼다. 지붕들은 기울어져 있었고, 기와들은 칙칙했고 낡았다. 마당의 나무담장들은 판지에 구멍이 나 있는 채로 여기저기 훼손되어 있었다.

“이 비참한 지역에서 무엇을 찾으시려고?”

칼로얀은 스스로 자문했다. 잠시 후 아버지가 말씀하시길 :

“이 집 앞에 멈춰라.”

그는 길 오른쪽에 있는 작은 집을 가리켰다. 그들은 차에서 내려서 마당으로 들어갔는데 거기엔 잡초가 무성했다. 집 앞에는 키 큰 소나무가 서있었다. 그들은 나무로 된 문 앞에 멈추었다. 문 오른쪽으로 작은 창문이 나 있었는데 아주 더러웠다. 아마 수 십 년 동안 어느 누구도 창문을 닦은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창문엔 얇은 커튼이 쳐져 있었는데, 그건 한때는 흰색이었을 것이나 – 지금은 완전 회색빛이 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문을 살짝 두드렸다. 아무도 열어 주지 않았다. 몇 초를 기다리다가 다시 한번 두드렸다. 비는 끊임없이 내렸고 그들은 이미 몸이 거의 다 젖어 있었다. 칼로얀에겐 마치 어느 누가 그 더러운 커튼 뒤에 숨어서 창문을 통해 그들을 관찰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칼로얀이 몸을 돌렸을 때, 한 남자가 사라졌다. 아버지가 세 번째로 문을 두드리자 곧 문이 열렸다. 그들 앞 문턱에서, 완전 백발의 마른 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동화책에서 나온 난장이 같았다.

“게나디에브씨 이신가요?”

칼로얀의 아버지가 물었다.

“네.”

그 노인은 거의 속삭이듯이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 잡지에 낸 당신의 알림을 읽고 왔습니다.

“네, 네, 그 알림.”

노인이 미소를 지었다.

“들어오세요.”

집 안에는 모든 것들이 너무 궁핍하게 보였다. 노인은 그들을 현재 주방겸 거실인듯한 방안으로 안내하였고, 방에는 큰 침대, 나무 테이블, 책상, 먼지덮힌 책 더미, 거울 달린 옷장등 옛 가구들로 가득차 있었으며, 벽 위에는 초상화들 그리고 책상위에는 누래진 사진들이 놓여있었다.

“아코디언을 판다고 그 알림에 썼었지요?”

아버지가 물었다.

“네, 선생님. 아코디언을 팔려고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좀 보여주십시오.”

“물론이죠. 곧 가져오겠습니다.”

노인은 옆방으로 나가더니 1분후 커다란 아코디언을 갖고 돌아오더니 힘들게 방으로 들고 왔다. 노인은 오래돼서 닳은 카페트에서 비틀거렸는데 칼로얀은 그 노인의 슬리퍼가 찢어져 있었고 바지는 너무 오래되어 본래 검은색이었는지, 갈색이었는지 분간하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것을 한 번에 딱 알아 챌 수 있었다. 동시에 그가 입고 있는 셔츠도 낡아 있었고 위에 헝겊을 대어 수선해 입은 것 같이 보였는데 아주 조잡스럽게 바느질이 되어있었다.

“여기 아코디언이 있습니다. 선생님.”

노인이 그렇게 말하며 아버지 앞에 그걸 놓았다.

“아주 예쁜 아코디언이에요. 그것은 어머니 것인데 하느님이 어머니를 죄에서 자유스럽게 해 주셨어요. 그녀는 아코디언을 잘 연주했지요. 나로선 그건 너무나 소중한 추억거리랍니다. 난 저걸 볼 때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그녀는 교사이셨는데, 초등학교에서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이 매우 그녀를 사랑했고….”

“왜 그걸 팔려고 합니까?”

아버지가 물었다.

“난 혼자 살아요. 마누라는 죽었고. 내 연금은 너무 적어 의약품을 사기에도 부족하다오. 난 이미 86세나 되었고 중병에 걸려있고 의약품 값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 아코디언은 얼마나 받고 싶소?”

“네, 오래된 거라 80유로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오.”

노인이 대답을 하고 깊이 한숨을 쉬었다.

칼로얀은 거의 색없는 듯한 그의 회색빛 눈 속에서 그가 두려움과 불안감에 쌓여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아코디언 값으로 너무 많은 금액을 요구해 틀림없이 그들이 사지 않을 줄 알고 그걸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듯 했다. 칼로얀의 아버지는 아코디언을 잡고 건반들을 손가락으로 누르기 시작했는데 음계의 여러 음조가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은 아버지는 진정한 음악가처럼 신중하셨다.

“소리가 매우 좋네요. 제가 사겠습니다. 당신에게 80유로가 아니라 100유로를 드리겠습니다.”

그 노인은 깜짝 놀라 감격해서 목소리까지 떨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건강하시고 오래 사세요. 그걸로 즐겁게 연주도 하고요. 지금 나는 빵을 살 돈도 없어요.”

아버지는 지갑을 꺼내서 노인에게 100유로를 주었고, 노인은 노란 밀랍같은 떨리는 손가락으로 받았다.

“안녕히 계세요, 게나디에브씨.”

그 노인은 그들을 문까지 배웅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차속으로 들어갔다. 이미 비는 그쳤었다. 태양이 구름 속을 뚫고 미소 짓고 있었다. 차가 그 주거지역을 벗어났을 때, 칼로얀이 아버지께 물었다.

“그런 낡은 아코디언을 어디에 쓰실려고요? 아버지가 아코디언 연주 하시는 거 평생 동안 본 적도 없고, 우리 식구 중 누구도 그걸 연주하거나, 연주하려고 시도하는 사람조차 아무도 없잖아요.”

“난 그걸 어느 거리의 악사에게 선물할 생각이다.”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칼로얀은 놀라서 그를 쳐다보았고 곧, 아버지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아코디언 값을 지금 막 100유로나 치렀고 지금은 그것을 생면부지의 거리의 악사에게 주고 싶다고 한다.

잠시 후 아버지는 말씀하시기 시작했다 : 게나디에브씨는 나의 초등학교 첫 선생님이셨어. 그때 그는 젊었었고 강한 분이셨지. 내가 우연히 잡지에서 그 알림을 읽어내려 갔을 때 나는 곧 그분에 관한 것이라고 알아차렸지. 한때는 부모님과 내가 그 지역에 살았었지. 만약 내가 그분에게 그냥 돈을 드리면 그는 받지 않으실 거지. 그도 위엄 있고 자존심 있는 남자야. 그래서, 그 아코디언을 사기로 결정했지.

아버지는 다시 침묵하셨고, 붕붕거리는 차 소리만 크게 들릴 뿐이었다.

소피아, 2014년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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