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나의 눈을 빌려드립니다. / Ŝlosilo

2018.02.15 09:44

Kulturcentro

조회 수192

나의 눈을 빌려드립니다.

 

다린은 자주 그를 보았다. 그는 옷과 신발들을 파는 가게 귀퉁이 그곳에 서 있었다.

 

마치 상인들이 막 받은 새 옷들로 수시로 옷을 입히는 마네킹을 그곳에 세워둔 것처럼 문 옆에서 그는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마르고 파리한 얼굴을 한 키큰 사람이었으며 피아니스트와 매우 비슷했다.

 

다린은 그 사람이 왜 꼭 피아니스트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지 자신에게 설명할 수 없었다.

 

사실은 그의 손가락이 매우 길고, 가냘프고 하얀 것이 상아로 만든 피아노 건반을 떠오르게 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만약 그가 정신적으로 건강하다면, 저런 가냘픈 손가락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를 지나가면서 다린은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리고 겨울이나 여름이나 그 이상한 사람은 가게 옆 그곳에 서 있었으며, 그는 행인들의 머리 위에서 명상에 잠겨있었다. 아마도 누군가가 그를 돌보는 듯 했다. 그의 옷들-조금은 유행에 뒤지고 너무 커 보였지만- 항상 깨끗했고 그는 자주 면도를 했다. 그 사람은 계속 말이 없었고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는 어느 극장 소도구 실에서 가져온 듯한 창이 넓은 검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암탉의 날개와 비슷한 그의 두 어깨 위로 그의 길고 파도치는 듯한 머리카락이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다른 세계에서 온 사람처럼 보였으며, 이곳에 실수로 멈춰서 어디로 가야 할지 누구에게 가야 할지를 모르는 사람같이 보였다. 아마 그래서 늘 그는 유행하는 옷과 신발 판매장 옆에 머무는 듯했다. 그가 나타났을 때 처음 며칠간은 사람들이 큰 놀라움과 호기심으로 그를 바라보았으나 나중에 그들은 그에 익숙해졌고 지금은 마치 아무도 더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 듯했다. ‘그는 어디에 살까?’ ‘누가 그를 먹여 살릴까?’ ‘그는 어디에서 잘까?’ 그것은 비밀이었지만 아무도 이런 질문을 하지 않았다.

그의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가 구걸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동전을 주었지만, 그는 어느 때도 피아노 건반을 닮은 길고도 하얀 손가락을 닮은 자신의 부드럽고 가냘픈 손을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내밀지 않았다. 거의 매일 다린은 도시의 그 중심가를 두 번을 갔고 유행 옷과 신발가게 옆을 지나갔지만, 그는 지나갔지만 그는 미친 사람을 두려워해서 그 사람에게서 좀 더 멀리 떨어져서 다녔다. 그 사람은 조용한 미친 사람들 중의 하나로 보였지만 다린은 그를 쳐다보는 것을 피했다.

 

언젠가 그는 자신에게 자문해 보았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으며, 왜 그 남자는 미치게 되었는지, 그러나 그는 그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다린은 모든 도시에 어떤 미친 사람이 있다고 생각했고 아마도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현명한 사람, 어리석은 사람, 키 큰 사람, 키 작은 사람, 부자와 가난한 사람, 그런 논리로 정상인 자와 미친 자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인생은 많은 볼거리가 있고 사람들은 어디에서 정상적인 것이 끝나고, 어디에서부터 미친짓이 시작되는지 결코 어느 때도 이해할 수 없다.

 

그 한계는 정할 수 없는 것이고 사람들은 우리가 습관적으로 매일 하는 그것이 정상적인 것인지, 미친 짓인지 자주 자신에게 묻게 된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가장 미친 사람이 결코 어느 때도 하지 않을 바보스러운 짓조차 하기 도 한다. 그 검은 둥근 모자를 쓴 그 사람은 어느 때도 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때때로 미소 짓거나 소리 없이 울었다. 그의 눈물이 그의 뺨 위로 진주처럼 흘러내렸지만, 아무도 그가 왜 우는지 묻지 않았다. 사실상 그는 그 이유를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웠으리라.

그렇치만 한번은 다린이 그의 옆을 지나가다가 깜짝 놀랐다. 그 미친이가 말을 했다.그는 단 하나의 유일한 문장을 반복하였다: ‘나는 나의 눈을 빌려줍니다.’ 다린은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갔다. 물론 그 문장은 의미가 없었다. 사람들은 그 미친 이 옆을 지나갔고 그를 쳐다보기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는 반복을 멈추지 않았다: ‘나는 나의 눈을 빌려줍니다.’ 다음날, 또 그다음 날 그 미친 이는 마치 자기 안에 누군가가 자동 스피커를 조립해 넣어 놓은 것처럼 같은 문장을 단조롭게 반복하였다.

 

며칠 아침동안 같은 시간에 다린은 그 미친 이의 옆으로 갔으며 왜 그가 그 문장을 생각해 냈는지가 늘 놀라웠다. 왜 그 미친 이는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을 반복하지 않았을까: 의미나 논리가 없는 이런 말들 ‘나는 지구를 빌려 줍니다’ 또는 ’나는 비행기를 빌려 줍니다’ 등.

 

이 질문이 마치 지분거리는 파리처럼 다린의 의식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그의 머릿속에는 ‘나는 나의 눈을 빌려드립니다.’라는 문장이 윙윙 그렸다. ‘아마 나도 미칠꺼야’라고 다린은 헛소리를 했다.

 

그는 이 문장을 지워 버리려 시도했으나 그 문장은 마치 그의 머리에 딱 붙어있는 것 같았다.

 

어떤 문장이 다린의 관심에 꽂히게 되면 그런 비슷한 순간이 있었고 그것으로부터 자신이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는 고고학자로 일했으며 습관적으로 어떤 문장들이 그의 매일 작업과 연결되어 있었다. 그는 자주 원고를 썼고 학술 연구를 발표했고 늘 상세하게 자신의 작업 주제에 대해 골똘해 있었다.

 

그때는 자주 그의 부인이 그에게 말한 것이나 묻는 것을 다린은 듣지 못하기도 했다. 그래서 아내는 화를 내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내 말을 전혀 듣지 않아요’ 라거나 ‘당신이 끝없이 연구하는 중세의 왕들, 두개골 그리고 뼈 통에 다시 빠져있군요’

 

다린는 그렇지만 그 말이 모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화점에서 점원으로 일했던 그의 부인은 착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전혀 역사, 고고학 또는 학문 따위에 흥미가 없었다. 그녀는 모든 가족들, 그들의 딸을 보살폈고 다린을 귀찮게 하지는 않았다.

 

그는 그녀에게 감사했고 그녀를 조금은 사랑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젊었을 땐 매우 예뻤다. 그리고 남성들의 시선을 모았었다. 그녀는 날씬한 몸과 긴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밝은 푸른색의 눈을 가졌었다. 그땐 모든 아름다운 것이 그녀를 감동하게 했지만, 조금씩 그녀의 아름다움과 하모니의 취향은 사라지고 동년배의 모든 다른 여성처럼 닮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조금 순진했지만 착한 영혼을 갖고 있었다. 한번은 아침에 다린는 그 미친 이에게 말을 걸어보기로 갑자기 결심했다. 그러한 그의 결심은 다소 바보스러운 짓이었지만 다린은 자신에게 말했다: ‘왜 안 돼?’ ‘미친 사람에겐 말 걸 권리가 없다는 거야? ‘거리에서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가 어렵다면, 미친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이 실제로 더 쉬울 수 있어’ . 이런 생각으로 다린은 침착하게 그 미친 이에게 다가가, 협상가에게나 적합한 심각한 목소리로 그는 물었다:

 

“당신은 어떤 눈을 빌려주는지요?” 그 미친 이는 갑자기 떨기 시작하면서 마치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이 보였다. 아마도 그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것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는 머리를 들어 다린을 쳐다보았다. 검은 모자의 넓은 창이 그의 얼굴을 드러냈다. 다린는 그의 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지금까지 그런 눈을 본 적이 없었다. 사람들은 그 눈의 색깔을 힘들게 표현할 수 있으리라.

 

그 눈은 밝은 녹색이었으며 은은한 광채를 뿌리고 있었다. 다리는 마치 마술에 걸린 듯 이 눈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작은 불꽃이 튀는 듯한 다채로운 광채가 춤추고 있었다. 두 눈은 밝은녹색이었나 나중엔 조용한 가을 바다의 푸른색이거나 아님 비슷한 색으로 변하였다. 낮의 밝음이 두 눈을 쓰다듬고 있었다. 다린은 마치 깊은 호수에 감각 없이 빠져들 듯 그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 두 눈은 미친 사람의 눈이 아니었다. 어떤 가냘픈 멜로디의 리듬에 따라 팔랑거리는 것처럼.

 

“당신은 어떤 눈을 빌려주시나요?”

 

다린은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나의 두 눈을”

 

그 미친 이는 마치 그가 자전거를 타거나 책을 읽는 것 처럼 매우 일상적이며 이해할 수 있는 침착하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린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대화는 농담처럼 시작되었지만 지금 그것은 심각하고 현실적인 일이 된듯했다. 다린은 박물관으로 출발하려 했으나 그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했다.

 

“어떻게 당신 눈을?” 그는 물었다.

 

“내 눈을 빌려 가는 사람은 그 눈을 통해 세상을 볼 것이요.” 미친 사람은 대답했다.

 

“그럼 내가 두 눈을 빌려 갈 수 있나요?”

 

“그럼요. 당신은 그 눈을 통해 바로 세상을 볼 것입니다.” 그 미친이는 심각하게 설명했다.

 

다린은 동상처럼 움직이지 못하고 계속 서 있었다. ‘누가 더 미쳤지?’ ‘내가 아니면 그가?’ 다린은 따져보았다. ‘나는 미친 이와 대화를 하고 있나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가?’

조금씩 다린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고 마치 그가 정말 미친이의 특별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는 듯했다. 마치 그가 자신의 고향, 그가 그렇게 많이 지나다녀 너무나 잘 아는 중심거리를 처음 보는 듯했다. 길가 양측에 있는 집들은 아마 지난 세기에 세워진 이층집이었으며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다린에게는 지금에서야 모든 것을 인식하는 듯했다. 태양은 창문을 비추고 있었고 창문들은 은빛 광채를 내뿜고 있었다. 중심거리는 행인들을 언덕으로 이끌었으며 그곳에서 파도치는 바다 같은 붉은 지붕의 거의 모든 도시가 보였다. 먼 곳에서는 도시를 둘러싼 낙타 혹 같은 다른 언덕들이 떠오르고 있었다.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소나무 숲이 펼쳐졌다. 중심 도로에서 그리 멀지 않는 곳에 하얀 백조 같은 새로운 호텔이 들어서 있음을 다린은 크게 놀라며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그는 그 호텔을 보지 못했다. 공원에는 뛰어노는 아이들과 유모차를 끄는 젊은 어머니들이 있었다. 다린은 이 도시에 그렇게 많은 아이가 살고 있고 매일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음을 짐작하지 못했다. 한 무리의 대학생들이 학교에 가고 있었지만, 다린은 그 도시의 대학에 대해 오래전부터 잊고 있었음을 다시 알게 되었다.

 

‘내가 이 도시에 살고 있는 거야?’ 그는 스스로 물어 보았다.

 

그는 그 미친 이에게 몸을 돌려 속삭이듯 말했다.

 

“고맙습니다.” (소피아. 2012년 11월) 끝

 

(이 중기/2018.2.2./010-3340-5936/ leejungkee@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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