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가지 미소를 지닌 소년 / Zelkova

2018.02.15 09:51

Kulturcentro

조회 수197

다섯 가지 미소를 짓는 소년

나는 다섯 가지 미소를 짓는 소년과 사랑에 빠졌다.

살아온 이래 나는 다섯 종류의 미소를 지닌 사람을 본 적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내가 사랑하기 시작한 그 소년의 미소를 누군가가 알아차렸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가 분명 다섯 가지 미소를 지녔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를 만나서 사랑에 빠지기 전에 나는 사람은 오직 한 가지 미소만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왔으나, 그를 보기 시작한 뒤로 내가 바로 틀렸다는 걸 알았다. 소년은 정말로 다섯 가지 미소를 띠었다. 설사 이 세상 어딘가 다섯 가지 이상의 미소를 지닌 사람이 산다고 할지라도 나는 다섯 가지 미소를 짓는 이 소년을 확실히 알고 사랑하기에 행복했다.

나는 기쁘게 그의 미소를 지켜보았고, 몇 번 웃는 모습을 찍기까지 했다.

나는 그의 얼굴에서 어떤 미소가 번질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추측해 보았다.

첫 번째 웃음을 내가 알아차린 건 햇빛 비치는 날들이었다. 그 미소는 검은 체리 같은 그의 눈을 빛나게 했다. 두 번째 미소는 우리가 거리에서든 공원에서 뛰거나 놀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았을 때 섬광처럼 빛났다. 세 번째 미소는 그가 어떤 노인이나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도울 때 나타났다. 네 번째 미소를 내가 보았을 때는 어떤 이가 그에게 거짓말을 하려 했거나 속이려고 시도할 때였다. 그 네 번째 미소는 흥미로웠다. 그것은 비꼬는 것인 동시에 일종의 관대함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어쨌든 나는 다섯 번째 미소를 가장 좋아하는데, 그가 얼굴을 평온하게 하고 나를 보면서 엷게 웃는 바로 그 순간이다. 정녕 세상에서 더 따뜻한 것도 없고, 더욱 빛나는 미소도 없으며, 충만한 사랑도 없다. 다섯 번째 미소는 나를 위한 가장 큰 행복이었으며, 가장 큰마음의 선물이었다. 그 미소를 보기 위하여, 나는 100km 이상을 걸어서 갈 각오가 되어있었다. 그것은 모든 것, 즉 불빛이요, 희망이요, 사랑이기에.

 

부모님이 이혼한 이후 나는 좀처럼 엄마 얼굴에서 웃음을 보지 못했다. 엄마와 나는 함께 살았는데 우리의 나날들은 지루하게 지나갔다. 그 일상은 끝나지 않을 것 같았고, 마치 줄줄이 연결된 회색빛 도는 무거운 열차들과 너무 흡사했다. 엄마는 변호사였다. 엄마는 직장에 아침 일찍 갔다가 저녁 늦게야 돌아오곤 했다. 우리는 호화로운 가구들을 들여놓은 넓은 저택에서 살았다. 우리 집은 유행을 선도하는 화려한 잡지의 사진에서나 봄 직한 그런 집들과 같았다. 집 안에는 모든 게 갖춰져 있었다. 넓은 욕조가 딸린 두 개의 목욕탕, 체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가 있는 방, 컴퓨터, 인쇄기, 텔레비전, 라디오를 갖춘 방 둘, 엄마가 전혀 요리하지 않거나 거의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최신의 기구와 기계를 갖춰놓은 부엌이 있었다. 정말 우리 집은 모든 게 갖춰져 있었지만 모자란 것은 오직 웃음뿐이었다. 엄마는 일체 미소 짓지 않았고, 나 또한 엄마 보는 데서 웃는 것을 잊어버렸다. 내가 집에서 마지막으로 웃었던 때가 가물가물하다. 아버지가 떠나 가버린 날 이전이라면 가능할 테지. 그게 삼 년 전 일이다.

나는 내가 사랑하고 다섯 미소를 지닌 그 소년과 함께 있을 때만 웃는다. 우리가 함께 있을 때, 나는 내가 웃는다는 것을 인식하지 않는다. 그와 함께 있을 때, 나는 그와 같기라도 하는 양 끊임없이 웃는 듯하다.

나는 집에서 마지막 웃었던 그 날을 기억한다. 그날은 아버지가 출장 갔던 캐나다에서 돌아오신 날이었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선물을 갖고 오셨다. 나에게는 아주 어여쁜 여름 가운을, 그리고 엄마에게는 우아하고 앙증맞은 핸드백을 주셨다. 나는 기뻤다. 왜냐하면, 우리 셋 아버지, 엄마, 그리고 내가 집에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내 삶에서 가장 멋진 날 중의 하나라고 확신에 차 있을 때, 모든 것이 뒤집혔다. 아버지의 얼굴이 별안간 돌처럼 굳어지는 것처럼 매우 심각해졌다. 그래서 엄마와 내 웃음은 불길한 징조를 예감하면서 얼음처럼 굳어져 갔다. 그때 아빠는 거의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느리게 말했다. 출장 중에 아빠는 모든 것을 곱새겨보았고 우리를 두고 떠나기로 마음먹었다고 했다. 더는 말이 없었다. 아빠는 오직 칠흑 같은 검은 눈으로 우리를 응시만 하더니 멀리 떠나버렸다. 아빠는 아무것도 갖고 가지 않았다. 아빠는 우리를 홀로 두고 떠나갔다. 큰 경기장 홀 같은 적막강산의 집에서. 그 순간부터 엄마는 웃음을 멈췄다. 나는 이혼의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다, 엄마 때문일까 아니면 아빠 때문일까. 더욱 중요한 것은 두 분의 이별이 우리의 얼굴에서 미소를 걷어가 버렸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엄마와 나는 둘만 살고 있다. 엄마는 저녁 늦게 집으로 돌아와서는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내가 낮 동안에 무엇을 하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번도 물어보지 않는다. 엄마는 저녁으로 샌드위치만 먹고, 너무 피곤하다고 자러 들어간다. 아침에 엄마는 일어나 나가고 없어서 나는 엄마를 볼 수조차 없다. 나는 가끔 엄마가 집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넓은 집안 어느 방에 엄마가 있는지도 모를 때가 있다. 집에서 우리가 숨고 사람들에게 이 방 저 방 오가면서 우리를 찾으라고 하면 허탕을 칠 곳이 우리 집이다. 그런 곳이 우리 집이다.

31

 

토요일과 일요일에 엄마는 한 방에 틀어박혀 일한다. 엄마는 늘 일이 많다고 한다. 엄마는 자신이 중요한 소송을 맡을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자주 몇 시간 동안 전화로 얘기를 나눈다. 그러나 나는 누구와 전화하는지 전혀 물어보지 않는다. 그것이 내겐 관심거리가 아니었으며 알고 싶지도 않았다.

때때로 나는 아버지와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는 엄마를 개의치 않고 미소도 지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렇듯 아버지는 단 한 가지 미소만을 지었다. 아버지는 젊은 새 부인을 얻었고, 아마도 그래서 더 자주 웃는다. 그러나 나는 새엄마를 자주 보지 못했다. 나는 새엄마가 일은 하는지, 어디에서 일하는지, 일을 안 할 가능성이 가장 크지만 나는 그것조차 알고 싶지 않았다.

어느 날, 전혀 뜻하지 않게, 나는 소년을 집으로 초대할 생각을 해냈다. 내가 사랑하고 다섯 미소를 지닌 소년을 엄마에게 소개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하기를, 엄마가 그와 그의 미소를 보게 되는 때에 엄마도 같이 웃기 시작할 것이라 여겼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에서 다시 미소가 피어나고, 우리는 다시 아빠와 우리가 함께 했던 날처럼 웃으며 살 것으로 생각했다.

나는 다음 일요일에 엄마에게 내가 사랑하는 소년이 손님으로 온다고 통고했다. 늘 그렇듯이 엄마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엄마는 마치 엄마 고객 중 한 사람의 지루한 설명을 듣는 것처럼 내 말을 들었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단지 “좋아”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엄마는 내 통고에 썩 반가워하지 않는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엄마는 집을 청소하고 정돈을 해야 할 것이며, 손님을 대접할 선물을 준비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나는 즉시 그 소년을 잘 접대하기 위해 엄마를 도울 것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러나 엄마는 되풀이해서 “좋아”라고만 할 뿐이었다. 32

엄마는 거의 집을 청소도 하지 않고 정돈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방 한 곳만 규칙적으로 했으며, 그 방에 있는 가구 먼지만 털어냈다. 그곳은 아버지가 일하던 방이다. 엄마가 그 방을 청소하고 정리하는 것은 아빠가 갑자기 떠난 것처럼 그렇게 갑자기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바라기 때문이다.

엄마와 나는 집 전체를 잘 청소하고 초콜릿 파이를 만들었다. 일요일, 정확하게 오후 5시에 내가 사랑하는 소년이 왔다. 그는 두 개의 큼직한 꽃다발을 들고 왔다. 하나는 엄마를 위한 카네이션 꽃다발이었고, 다른 하나는 나에게 줄 하얀 장미 꽃다발이었다. 소년은 순백색 셔츠에 검정 바지를 입고 있었다. 우리는 응접실에 앉아서 얘기도 하고, 맛있는 파이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너무 좋아서 나는 행복을 느꼈다. 왜냐하면 내 앞에 내가 사랑하는 소년이 앉아 있고, 그는 자신의 미소를 오직 나를 위하여 보냈다, 그의 미소 때문에 나는 세상 끝까지 걸어서 갈 각오가 되었다. 우리는 얘기를 나눴고, 농담을 주고받았으나 엄마는 웃지도 않았다. 그런 모습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소년이 떠나갔을 때 나는 얼른 엄마에게 여쭤봤다. 엄마는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는 엄마 의견을 빨리 듣고 싶어 안달이 났다. 마침내, 나는 엄마의 얼굴에서 미소가 떠오르는 걸 볼 수 있을 거라고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엄마는 오직 “좋아”라고만 했다. 나는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는 알고 있었어요? 이 소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요? 걔는 다섯 미소를 지니고 있어요.”

엄마는 나를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너는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참, 바보 같은 이라고! 공상일랑 그만둬! 다 큰 녀석이 되어서. 다섯 미소라는 게 가능하니? 모든 사람은 오직 한 가지 미소만 지을 수 있어.”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언젠가 엄마가 단지 한 가지 웃음만을 지니지 않는 누군가를 만나기를 내심 바란다.

33

(Sofio,09.2012)

 

(박정숙/11.02.2018. 010-5259-5262.book-j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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