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a / Oazo

2018.03.16 07:41

Kulturcentro

조회 수1144

Mina 미나

 

산비탈 위 소나무와 호두나무들 사이로 흰 별장들이 보였다. 별장의 어두운 창문들은 마치 주의 깊게 길을 내다보는 듯 했다. 마당의 작은 정원들은 황량했다. 벌거벗은 나뭇가지들에는 어떤 슬픔 같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아무런 도움도 없이 잿빛 하늘을 향해 뻗친 마르고 검은 팔을 가진 어린아이와 닮아있었다.

누렇게 바싹 마른 나뭇잎들은 산길과 화단을 뒤덮고 있었다. 거뭇한 대지는 물소 가죽처럼 보였는데, 소리 없이 조용히 내리는 비 때문에 젖어있었다. 솜털같은 늑대처럼 구름은 하늘 을 향해 번져나갔다.

사람들은 오래전에 별장들을 무거운 자물쇠로 잠가놓았다. 호미, 곡괭이 등 정원용 도구들도 이미 작은 통나무집 안에 들어가 있다. 겨울이 다가왔기 때문에, 여름 별장 소유주들은 거의 도시로 돌아갔다.

대로 쪽과 강가에 근접한 몇몇 집에만 아직 사람들이 있었고, 그 고독한 남녀 노인들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과 손주들에게 돌아가는 것을 서두르지 않았다.

 

그런 별장들 중 하나에 미나가 살고 있었다.

심지어 겨울에도, 그녀는 도시보다 이곳에서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 미나는 그녀의 별장에서 잘 지냈다. 산속의 고요함이 황홀한 치유약초처럼 그녀를 위해 존재했다.

산위에서 그녀는 여름의 초록을 즐겼고, 봄, 가을에는 색색으로 물든 나뭇잎들로 즐거웠다.

겨울은, 경계 없는 눈의 순백으로 그리고 견고한 요새를 닮은 산봉우리 위 담청색 하늘빛으로 그녀를 평안하게 했다.

“원할 때면 언제든 나는 도시로 갈수 있어” 미나는 혼잣말 했다.

그녀의 자동차는 차고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책을 읽다가, 그녀는 순간, 침묵이 마치 움직인 것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길을 바라보았고, 버스 승강장이 있는 작은 광장으로 빠르게 향하는 남자를 주목했다. 창가에서 길은 잘 보였고, 미나는 즉시 그 남자를 알아보았다. 그는 그녀의 이웃이자 건축가인 칼로얀이었다.

‘아마 지금 그는 가게로 가고 있으리라.’

 

칼로얀과 그의 부인 나댜는 가을의 끝자락까지 여름 별장에서 일상을 보냈다. 미나는 오래 전부터 칼로얀과 알고 지냈다. 40년쯤 전에 칼로얀의 아버지와 미나의 아버지는 자신들의 별장을 함께 지었고, 미나는 유년시절에 2, 3주 정도는 매년 여름을 이곳에서 보냈다. 어렸을 때 그녀와 칼로얀은 지치지도 않고 숲 속을 돌아다녔고 시원한 강을 건너다녔다. 그들은 자주 짙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딱딱한 강가에 누워 있었고, 그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여러 나라와 세상 곳곳으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보리라 꿈을 꾸곤 했다.

 

한번은, 그들은 서로 나란히 누워 있었고 예기치 않게 달콤함에 취한 키스로 입술을 가까이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도, 무엇이 그들의 머리를 가까이 끌어당기도록 유혹했고 바로 그 순간에 서로 키스하게 했는지, 미나는 짐작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다.

깊은 침묵과 매혹적인 주변사물들, 혹은 산비탈을 흐르는 강의 조용한 살랑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분 좋을 만큼 그들의 몸을 따뜻하게 했던 햇살 탓이었을까, 또는 호기심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들을 다정하게 숨겨주었던, 근처 소나무 숲의 숨결처럼 불어 왔던 바람 때문이었을까?

 

그 갑작스러운 키스 후에 그들은 당황했고, 얼굴이 붉어진 채 재빠르게 헤어졌다.

그들은 몇 일간 만나지 않았으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다시 함께 숲을 헤집으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미나는 몇 번이나 칼로얀의 밝은 초록빛 눈을 몰래 바라보았으며, 그녀는 다시 그 갑작스러웠던 키스의 따스한 달콤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즉시 그런 죄책감의 기억을 쫒아버렸다.

 

오래전에 유년시절의 여름은 지나갔다.

소나무 숲 향기, 눈물만큼이나 말갛던 강물의 살랑거림, 별장의 이웃들과 마당의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담소를 나누던 저녁들이 있었던 그 여름이.

 

자신의 어릴 적 꿈을 미나는 이루었다.

그녀는 기자가 되었고 거의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녔다. 그녀는 아메리카, 아시아, 아프리카로 갔다. 그녀의 삶은 그녀가 기사화했던 국제정치 사건들과 연계되어 있었다. 그녀는 서둘렀으나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확신했다. 그녀가 이룬 무엇인가가 모두 환영이었음을. 단지 멈출 줄 모르는 신속함과 서두름이었음을.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아직 반짝임이 남아있었고 밤색 머리결은 아직 풍성했지만, 그녀 영혼의 열정은 빛을 다했고 그녀는 가슴에서 냉기를 느끼고 있었다.

 

미나는 별장에서 혼자 살았다. 그녀의 부모님과 언니는 먼저 세상을 떠났다.

이웃 별장의 칼로얀은 부인 나댜와 살고 있었다. 미나는 자주 칼로얀을 보게 되었다. 그는 줄곧 여성들의 시선을 유혹했다. 그는 밝은 초록빛의 눈과 옅은 갈색의 풍성한 머리칼을 가진 키가 크고 날씬한 남자였다.

하지만 그의 부인 나댜는 건강이 심하게 안 좋아서 잘 지내지 못했다. 그녀는 심장에 이상이 있어 자주 병원에 입원했다. 나댜가 안정을 필요로 했으므로 안정, 고용함, 깨끗한 산의 공기를 필요로 했으므로 그들은 겨울동안에도 별장에서 지내고 있었다.

의사들은 모든 것을 다했으나 결과적으로 그들은 그녀를 도울 수 없었다. 나댜는 회복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미나는 나댜가 불평하거나 한탄하는 것을 단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병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나댜는 칼로얀을 사랑했으며 자기 자신보다 그를 더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어느 날 미나와 칼로얀은 가게에서 만났다. 미나는 빵을 샀고 칼로얀은 담배를 사기위해 왔다.

 

“나댜는 상태가 좀 어때?”미나는 물었다.

“그녀는 안 좋아.”칼로얀은 대답했다.“어제 그녀를 다시 병원으로 데려갔어.”

“의사는 뭐래?”

“그들은 아무것도 약속할 수가 없었어.” 칼로얀은 말했다.

 

그는 한참을 아무말없이 있었다.

나댜의 심장이 언제 멈출지 어느 누구도 말 할 수 없었기 때문에, 미나는 칼로얀을 잘 이해했다.

 

미나와 칼로얀은 산길을 따라 서로 자신의 집을 향해 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칼로얀은 미나를 응시하며 말하기 시작했다:

“나댜가 세상을 떠나면, 나 너랑 함께 살까 해.”

 

마치 누군가가 막대기로 그녀의 머리를 내려치는 것 같아,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멈추었다. 그녀는 그녀가 들은 말들을 믿기조차 어려웠다.

 

“너 뭐라 그런거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해?”그녀는 분노에 차서 물었다

큰 노여움이 마치 더러운 물처럼 그녀를 잠식했다.

“나댜는 너를 사랑해, 그녀는 살아있어!”

“너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하기는 하니?”

 

칼로얀은 말이 없었다.

미나는 몸을 돌려 빠르게 길을 갔다.

칼로얀은 미동도 없이 남아 있었다.

미나 앞에서 몇 마리의 까마귀들이 시끄럽게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들은 무겁고 검은 구름같았다.

그들의 불안한 울음소리가 길게 울려 퍼졌고, 강 근처에 줄지어 서있는 빌라들 안에 자리 잡은 침묵을 깨웠다.

 

끝.

이남숙(oazo)/2018.3.16./ 010-6371-2482/freewill0226@hanmail.net

첨부파일 1

댓글 쓰기

비회원 프로필 이미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