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 Helo

2018.02.15 09:56

Kulturce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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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여름 끝 무렵의 조용한 저녁 전이었다. 해가 지고 그리고 그 부드러운 주황색 빛이 도시를 뿌렸다. 건물의 벽에, 상점의 유리에 그리고 창문 위에 구리색 광채가 비치었다. 집들, 사람들, 나무들의 모든 것이 검은 잉크색 황혼으로 점차 물들 때 하루의 마지막 시간이 시작되었다.

안톤은 고급 상점들 사이의 큰 거리 중 하나에 갔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고, 조용한 저녁 무렵을 즐겼다. 묘한 미소를 띤 젊고 아름다운 여자들은 그를 스쳐 지나가며, 그들의 고급 향수는 은은하게 냄새를 풍겼다. 안톤은 그렇게 덥지 않고 태양이 눈부시지 않으며, 새의 날개가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 같은 선선한 바람의 여름 날을 좋아했다.

갑자기 안톤이 멈췄다. 전에 그가 이 거리에서 이미 두세 번 본 어떤 여성이 다가왔다. 그녀는 천천히 그리고 생각에 잠겨 걸어갔다. 그녀의 밝은 시선은 사람들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듯했다.

그녀는 젊지 않고 아마도 이미 50살은 되어 보이나 여전히 아름답다. 그녀의 약간 회색의 곱슬머리가 자연스럽게 어깨에 늘어져있다. 그녀의 몸은 매우 유연했고, 그녀의 발은 우아했다. 지금 그녀는 날씬한 모습을 돋보이게 하는 하얀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가 상점을 보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자주 이 거리를 다닌 것 같다. 안톤은 그의 발걸음을 늦췄다. 매우 오래전 어느 때에, 그는 확실히 그 여인을 보았지만, 그는 언제 어디서였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그 지적인 얼굴, 섬세한 입술과 푸른 호수 같은 눈은 그에게 어딘지 안면이 있었다. 그는 아마도 단지 본 것만이 아니라 그녀를 꿈에서 꿈꾸었을 것 같았다. 사실, 지난 몇 년이 그녀의 얼굴에 흔적을 남겼다. 그녀의 눈꼬리와 목에 이미 잔주름이 보였고 그녀의 몸은 성숙하여 농 익은 과일과 같았다.

“내가 알듯 한 이 여자는 누구인가?” 안톤 자신에 자문했다.

그녀는 그를 지나쳤고, 그녀의 부드러운 흰 드레스의 스치는 소리를 마치 느끼는 듯했다. 이상한 것은 인간의 기억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서 얼굴을 보거나 하여 이름을 안다. 그러나 몇 년 후 그 얼굴이 희미한 기억처럼 오래되어, 누래진 사진같이 우리 생각에서 사라지거나 깊게 잠겨버린다. 우리들이 이 사진을 주의 깊게 보아도 언제, 어디서 우리가 그 사진 속의 사람을 보았는지 그의 이름이 뭘까 기억을 더듬지만 헛수고이다. 모든 것은 이미 오래전 사라졌다. 시간은 젖은 모래 위 발자국을 바다의 파도가 지우는 것처럼 모든 것을 없앴다.

이 거리에서 안톤은 이미 두 번이나 그 여인을 보았고 늘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언제인가 본 것은 확실하지만, 그녀에 말하거나 따라갈 용기는 없었다. 그러나 오늘, 그녀가 다시 그의 옆을 지나갈 때 돌아서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조용히 걸었다. 오늘 그녀는 암청색 드레스를 입었고, 보도 위를 가는 사람들 사이로 돛단배처럼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안톤은 그녀의 뒤를 걸었고 그녀는 돌아보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 그녀를 뒤따라가는 것을 감지하지도 못할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

“나는 아마도 그녀를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그녀에게 말할 용기가 없다. 어쩌면 그녀도 나를 보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내가 어떤 귀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2백 3백 미터 지나, 그 여자는 갑자기 멈추어 어떤 곳으로 들어갔다. 안톤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그것은 “댄스 바 – 밤의 전율(Dancotrinkejo Noktaj Triloj)”이라는 큰 간판이 붙은 호텔이었다. 몇 초 동안 그는 들어갈까 말까 주저했다. 그는 그 여인이 여기에서 무엇을 찾지? 하고 자신에게 물었다.

그는 문 앞에 조금 멈추었다가 잠시 후 들어갔다. 안은 어두침침했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고 그녀가 테이블 사이로 간 곳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뭔가를 찾고, 어쩌면 그녀가 여기 누구와도 만나거나, 또는 매일 혼자 여기에 와서 어떤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는 것을 주문하겠지“라고 안톤은 생각했다.

갑자기 여자는 사라졌고 안톤은 당황하게 되었다. 그녀는 마치 지하로 사라진 것같았다. 그는 좌우로 돌면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그녀는 어디에도 없었고 왜 갑자기 사라졌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그는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호기심을 가지고 그를 보았다고 느꼈다. 그는 댄스 바 중간에 나무처럼 서있었다. 그는 즉시 어떤 테이블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어쩌면 그녀는 어디서 나타날 것이다. 그는 가장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서 다시 둘러보았다.

댄스 바에서는 대부분 중년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들은 종종 여기에 왔거나 여기서 만났을 것이다. 안톤은 부끄러워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는 누군가의 삶에 숨어서 오래 동안 숨겨진 비밀을 조사하는 비열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즉시 의자에서 일어나서 떠나기로 했으나 그 순간 댄스 바에는 소음이 있었고 그는 그 여성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그녀는 어떤 방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이제 그녀는 긴 검은 드레스차림으로 입었고 그녀의 어깨는 마치 대리석처럼 빛났다.

그림자처럼 그녀는 테이블 사이를 지나 식당의 구석에 있는 피아노 가까이에 앉았다. 안톤은 그때 그것을 알아차렸다. 몇 초 동안 그녀는 댄스 바에 있는 사람들에게 등을 돌린 채로 움직이지 않고 앉아 있더니 그녀는 천천히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놀란 안톤은 그녀의 도자기같은 흰 손과 어깨 위로 흘러내린 길고 은빛이 도는 머리카락이 있는 등을 바라보았다. 그는 멜로디를 듣고 갑자기 자신의 생각에서 바다의 먼 섬같은 어떤 기억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것이 잊혀진 멜로디처럼 희미하고 어렴풋했지만 점점 더 뚜렷해졌다. 마치 눈앞에서 모든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산드라, 그래 맞아, 산드라 스타니 슬라 보바, 이제야 그녀를 기억해냈어.“

그는 중얼거렸다. 마치 큰 다채로운 빛이 그의 옆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는 듯하더니 그를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한 듯 했다.

 

그때 그의 가족은 그 도시 중심에 있는 오래된 4층 집에 살았다. 각 층마다 두 개의 집이 있었다. 하나는 더 크고 다른 하나는 더 작았다. 안톤의 가족은 4층에 있는 더 큰 집에 거주했고 다른 집에는 자주 바뀌었던 세입자가 있었다.

대부분 젊은이들, 주로 대학생이었고 안톤은 한 젊은 아가씨가 이웃에 살기시작한 때를 상기했다. 그 당시 그는 학생이었고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후 그 소녀를 보았다. 그녀는 푸른 눈을 가진 아름다운 금발 소녀였고 그녀의 맵시 있는 몸매는 바이올린처럼 보였다.

그녀는 멈춰 서서 안톤에게 친근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빨갛게 되었고 빠르게 중얼거렸다 :

“좋은 날예요.”

“안녕하세요.”

그녀가 말했다.

“내 이름은 산드라 해, 우린 이웃이네.”

안톤은 황홀해져서 멍하니 바라보았고 안 씻긴 창문이 달린 더럽고 추한 계단이 갑자기 더 환해졌고 빛나는 것 같았다. 그 첫 만남이후 그는 종종 그녀를 보았다. 그의 어머니와 산드라는 친구가 되었다. 산드라는 집에 머무르며 안톤의 어머니와 커피를 마셨다. 안톤이 산드라의 푸른 호수 같은 눈을 보았을 때 그는 누군가 얼굴앞에 불을 밝힌 것처럼 얼굴이 붉어졌고, 그의 손바닥은 땀이 나기 시작했고 질식하는 토끼처럼 그의 심장은 망치질했다.

때때로 안톤은 산드라에 대해 꿈꿨다. 그는 그녀가 피아니스트임을 알았다.

그녀가 집에 앉아있을 때 그녀는 피아노를 연주했고 그 곡은 집 전체에서 들을 수 있었다. 안톤은 감동적으로 음악을 들었고, 피아노의 키보드를 사랑스럽게 연주하는 그녀의 길고 섬세한 손가락을 상상했다. 그때 그는 어떤 작곡가의 곡을 산드라가 피아노 연주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부는 것 같은 음악을 느꼈다.

그의 부모님이 산드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들은 그녀가 가장 재능 있는 젊은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부모님은 그녀가 많은 연주회를 가진다는 것과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의 명성이 국경을 넘었다고 넌지시 말했다, 안톤은 그녀를 알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러웠고 종종 그녀를 만났다.

 

어느 때 산드라가 그들에게 왔다. 안톤이 그녀를 보았을 때, 그는 즉시 그녀가 행복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녀의 웃는 얼굴은 밝은 봄날 아침처럼 빛나 보였다. 산드라는 안톤의 어머니를 껴안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티나 아줌마, 내 최고의 꿈이 이루어졌어요! 비엔나에 초대되었어요. 저는 Vienna Philharmonia와 계약을 맺고 음악의 수도에서 연주할 거예요.”

“산드라”

어머니가 기뻐하며 말했다.

“나는 아주 행복 하긴 하지만 오랫동안 널 보지 못할 것 같아 섭섭해”

“티나 아줌마”

산드라가 말하며 약간 당황하듯 안톤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는 아줌마에게 큰 부탁이 있어요. 제가 가진 것중 가장 아끼는 물품은 제 피아노예요. 아줌마에게 두고 가도 될까요? 저는 집을 떠나야만 해요.”

“물론이지”

그의 부모님은 한마음으로 말했다.

“우리 집은 커서 우리는 너의 피아노 둘 장소를 찾아 우리 눈의 눈동자처럼 잘 보살피겠다.”

“대단히 고맙습니다. 제가 돌아올 때 그것을 돌려받지요.”

산드라는 떠나갔고, 그녀의 큰 검은 피아노는 안톤의 집에 남아있었다. 그들은 그것을 손님방의 구석에 놓았고, 마치 피아노가 항상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해졌다. 안톤은 그것을 볼 때마다, 그는 그를 뜨겁게 했던 산드라의 푸른 호수 같은 눈을 다시 보았고, 그의 심장은 다시 끝없는 들판을 달리는 말처럼 망치질하기 시작했다. 안톤은 종종 산드라가 비엔나에 어떻게 지내는지, 그녀가 거기에서 연주하는지, 그리고 그 낯선 나라에서 날들을 어떻게 보내는지 대해 자주 자신에 묻곤 했다. 그는 비엔나에서 돌아오기를 참기 힘들게 기다렸지만, 1년, 2년, 3년을 지내도 산드라는 돌아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산드라는 편지를 쓰거나 전화하지 않았다. 안톤의 부모는 그녀에 대해 알아 내려고했지만, 비엔나의 그녀 주소를 알지 못했다. 그녀의 피아노는 여전히 방의 구석에 서 있었고 산드라를 조용히 기다렸다.

그러나 몇 년 후 안톤의 가족은 이사해야했다. 그들은 집을 사서 모든 가구와 함께 피아노를 그 새 곳으로 옮겼다.

피아노는 가족 구성원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산드라의 소식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완전히 사라졌으며 오스트리아에 있는지 또는 다른 나라에 있는지 알지 못했다.

안톤은 성인이 되었다. 그는 더 이상 부모와 함께 살지 않았고 많은 여행을 했으며 얼마 동안 지방에서 살았다. 부모는 산드라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했을 때, 그들은 피아노연주를 배운 친척의 어린 소녀에 피아노를 선물했다. 그래서 산드라의 검은 피아노는 사라졌다.

지금 안톤은 댄스홀에 앉아 산드라의 피아노 연주를 들었다.

“언제 그녀가 불가리아로 돌아 왔지?“

그는 자문했다.

“어쩌면 그녀는 안톤의 부모를 찾았지만 찾지 못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그녀가 아는 그 집에 살지 않았고, 아무도 그녀에게 새로운 주소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겠지.“

그러나 오래전에 안톤의 부모 역시 돌아가셨다.

이제 산드라는 느리고 애절한 멜로디를 연주했다. 그러나 댄스 바의 누구도 귀 기울려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잡담하고, 웃고, 그들의 잔을 서로 부딪쳤다. 어두침침한 넓은 홀의 사내들은 추파를 보냈고 술 취한 시선은 매복한 늑대의 눈처럼 빛났다. 아무도 산드라의 음악에 관심이 없었다. 안톤은 기분이 상했다. 많은 유럽 여러 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연주를 했던 유명하며 우수한 피아니스트인 산드라가 지금은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무도 흥미를 갖지 않는 술꾼들을 위해 이제는 2류 호텔에서 피아노연주를 한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안톤은 생각했다.

“결혼했을까, 아이를 낳았을까, 왜 그녀는 불가리아로 돌아왔을까? 어느 나라에서 그녀는 살았을까?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안톤과 안톤의 부모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녀는 Anton의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던 피아노를 찾았을까?“

이 질문은 산드라만 대답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댄스 바에 있는 낡은 피아노에 앉아 연주한다. 그녀는 살아가기 위해 피아노연주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이미 늙고 지친 여자였다.

그녀는 안톤이 알던 파란 눈을 가진 젊은 여성인 산드라가 아니었다. 그는 테이블에서 일어나서 문으로 갔다. “우리는 이제 과거로 돌아가지 않으리라. 모든 것이 영원히 그곳에 있게 하자!” 그는 자신에게 말하고 떠났다. (끝)

소피아, 2013 년 5 월 최정철/20180530/010-9159-8288/yes246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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