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카의 환상 / Blanko

2018.02.15 09:46

Kulturce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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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카의 환상

부드럽게 입맞춤하는 아침이다. 새파란 하늘은 유난히 빛나고 신선한 바람이 코를 스친다.
좀 이르지만 곧 카페에는 손님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언제나 처럼 회색 머리에 우아한 복장의 키 큰 남자 손님이 들어선다. 그는 카페 구석자리에 앉아 아침 신문들을 뒤적인다.
그의 직업이 무얼까? 그는 대기업의 중역처럼 보이는데 어쩌면 대학 교수일지도 모른다.
그는 서두르지 않고 커피를 천천히 즐기고 나서는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하고 떠나곤 한다.
그는 늘 잊지 않고 팁을 주고 간다. 매일 아침 그 카페를 떠나기 전에 세심하게 커피값과 별도의 팁을 준비하는 걸로 봐서 다분히 매우 깔끔한 사람으로 보인다.
그는 말이 없고 어쩌다 가끔 미소를 지을 뿐, 아주 진중한 사람이다.
좀 뒤, 이 카페에는 근처 아파트에 사는 한 부인이 들어온다. 집에서 입는 긴 옷을 걸치고 늘 서두르는 편인데 서른 살 가량의 나이에 직업을 않 갖고 하루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처럼 보인다. 박하같이 푸른 눈을 가진 그녀는 당황한 모습으로 들어와 늘 커피 두 잔을 사 가지고 총총히 카페를 나간다.
그 다음 등장하는 손님은 호리호리하고 자작나무 같은 몸매를 가진 여대생이다.
그 녀는 밤에 자지도 않나? 늘 피곤해 보이고 그 녀의 눈자위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다.
이 카페의 여종업원인 바스카는 그 여대생을 보면 혼자서 질문을 던진다. 밤새 무얼 하는 걸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나? 아니면 재미난 무슨 일을 즐기나?
그리고 그 여대생은 매일 아침 일찍 집을 나서는데 아마 어디에서 일을 하거나 대학에 다니기 때문에 바쁠거라고 추측을 한다.
이내 카페가 손님들로 붐비기 시작하면 바스카는 이 테이블 저 테이블로 돌아 다니며 커피를 나르고 계산을 하기도 하는데 이 것도 오전 10시 정도에는 끝이 나고 카페는 다시 한산해 진다.
10시가 지나면 바스카는 테이블을 닦고 설걷이를 하느라 바빠서 하루가 어떻게 지나는지 모를 정도이다.
그러나 이따금 그녀는 카페의 문을 응시하곤 한다. 그 녀는 카페 맞은 편에 있는 큰 집에 살고 있는 한 젊은이가 카페에 들어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 집은 나무가 몇 그루 심어저 있는 넓은 정원을 갖고 있고 멋있고 고급스런 대 저택이다.
그 젊은이는 거의 매일 11시경에 이 카페에 들러서 커피를 주문하고는 느긋하게 마시면서 값 비싼 외제 담배를 피운다.
어떤 날은 오후 4시경에 올 때도 있는데 그 때는 자기 친구를 데리고 나타나서 1시간 가량을 노닥거리다 가기도 한다.
바스카는 늘 이 부자집 젊은이가 나타나기를 조바심을 내며 기다리고 있다.
그 젊은이는 25살 아니면 27살 정도이고 키가 크고 좋은 체격에 머리는 검고 눈은 어두은 편이다. 그의 얼굴은 늘 면도를 말끔하게 하고 복장은 우아하고 품위가 있다.
바스카는 그가 최신형 자동차를 타고 굉장히 비싼 손목시계를 차고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다.
바스카의 여자 친구 안나도 언젠가 그 젊은이의 손목 시계가 자동차 한 대 값과 맛먹는다고 귀띰해 준 적이 있다.
바스카는 그 젊은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맞추려고 애를 썼다. 그는 눈에 뜨일 만큼 잘 생겨서 배우를 닮았다. 관공서에 다니는 공무원 아니면 부족함이 없이 버는 변호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바스카는 그 젊은이가 자기 친구와 얘기하는 것을 들었을 때 다양한 소송얘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 분명히 변호사일 거라는 결론을 갖고 있었다.
과연 그 젊은이는 친절하고 교양있고 지적이기도 하다.
그가 카페에 오면 바스카에게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고 미소를 지으면서 날씨라든가 요즘 일어난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가끔 농담도 하며 그녀가 갖다 주는 커피가 브라질에서 직 수입해 끓인 것처럼 맛이 좋았다는 등 찬사도 아끼지 않는다.
바스카는 그의 말에 미소를 짓고 농담에 맞장구를 치면서 그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것 자체에 무한한 행복감을 느낀다.
바스카는 어린애 같은 직감으로 그녀가 그 젊은이를 좋아하고 있고 그 젊은이가 언젠가 자기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오는 순간이 분명 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이러한 행운이 오리라고 점 쳐준 사람은 바스카의 이모 베라 아줌마이다.
베라 아줌마는 커피 잔여물을 보고 점을 치는 사람이다.

1년 전 바스카는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하려고 했으나 대학 시험에 떨어져 고향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1년 동안 놀고 지내며 돈벌이 없이 지냈다. 가끔 자기 여차친구들과 고등학교 동창생들과 만나곤 하였다.
베라 아줌마는 그녀 어머니의 친구이었는데 그녀는 베라 아줌마 집을 자주 방문하였다.
베라 아줌마는 평소 커피 잔여물로 점은 친다고 앞서 말했는데 사람들이 향내 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나서 커피 잔을 되돌려 주면 베라 아줌마는 그 잔여물을 곁눈질해서 마신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것이다.
베라 아줌마는 항상 안경을 끼고 커피잔에 남아 있는 잔유물을 오래 응시하고는 누군가가 아주 멀리서 그녀의 귀에 속삭이는 것처럼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그 녀는 호소하는 듯한 갈색 눈초리로 어떤 것을 응시하고는 아주 천천히 한마디 한마디를 뱉어 낸다.
베라 아줌마는 모든 것을 알아내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베라 아줌마의 점에 의하면 바스카가 고등학교는 무사히 마치겠지만 곧 대학에 진학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는데 바로 그대로 되었다.
어느 날 바스카가 베라 아줌마 집에 초대되어 카피를 마셨는데 베라 아줌마는 바스카의 커피잔에 남아 있는 잔유물을 들여다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바스카야 ,너는 수도 소피아로 가게 될 것이고 거시서 살면서 일자리도 갖게 될 것이다.
그리고 머리는 검고 비로드 같이 검은 눈을 가진 아주 멋있고 지적이며 친절한 젊은이를 알게 될 것이다.
그 젊은이는 아주 부자이고 너는 그를 좋아하게 될 것이니 너의 요행수는 소피아에 있느니라‘
베라 아줌마는 이 말을 다시 자세하게 예언해 주어 바스카는 주저 없이 가방을 싸고 소피아에 가서 행운을 잡으러 가기로 결심하게 된 것이다.
베라 아줌마가 예언 한 대로 그 녀는 소피아에서 일자리를 찾게 되었고 이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들어가 이제 몇 달 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바야흐로 검은 머리에 비로드 같이 검은 눈을 가진 아주 멋있고 지적이며 친절한 그 젊은이가 나타난 것이다.
바스카가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베라 아줌마가 말한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이 젊은이가 자기에게 데이트를 신청해 올 것을 기대한 것도 바스카가 보기에 이 근사한 젊은이가 카페에 올 때는 늘 혼자 오기 때문에 분명 다른 여자친구는 없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비롯하였다.
그녀는 그 젊은이와의 데이트를 꿈꾸고 이 데이트가 꼭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둘이서는 거리를 산책할 것이며,그 젊은이가 자기 부모에게 자기를 소개한 다음 얼마 뒤에는 그 젊은이는 자기에게 청혼을 할 것이다.
바스카는 베라 아줌마가 점치는 것은 모두 맞기 때문에 이러한 일은 분명히 자기에게도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바스카는 참한 처녀이다.나긋나긋한 몸매에 날씬한 다리를 갖추고 눈은 잘 익은 포도와 닮았다.
바스카는 그 젊은이가 처음 이 카페에 들어섰을 때 첫 눈에 반했다.
일생동안 그녀는 오직 그를 기다리고 마치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꿈 속에서 그를 만나면서 그를 보기 전에 더 일찍 그 청년을 사랑했었던 것 같았다.

바스카가 커피를 나를 때도 그 젊은이가 자기 집을 나갈 때 그를 보기 위해서 카페의 넒은 창문을 통해 바라보면, 그 젊은이는 이내 카페로 오고 그 녀는 그를 반갑게 맞이하곤 하였다.

오늘 아침 바스카는 좀 이른 시각이지만 어쩌다 그 젊은이의 저택을 바라보았는데 돌연 그 저택 앞에 경찰차가 보였다. 20분 쯤 뒤에 저택에서는 경찰관 몇 명이 그 젊은이를 끌고 나왔다. 그 젊은이는 체포되어 손에는 수갑이 채여진 것이다.
바스카는 아연 실색 커피잔들을 마루바닥에 떨어 트려 산산 조각이 났다.겁에 질린 바스카가 무슨 일이 일어났나?라고 혼자말로 중얼거리자 옆에 서 있던 친구 안나가 말한다.
‘범죄자래 아침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에서 그러는데 그가 죄를 지었대 ’
바스카는 사시나무 떨 듯이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그렇게 좋아하는 그 젊은이가 ,그렇게 지적이며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 범죄자라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
바스카를 둘러싼 카페의 모든 물건이 무지하게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듯 하였으며 그녀는 거의 넘어질 지경이 되었다. 그녀가 꿈꾸고 바랐던 모든 것이 산산 조각이 나는 순간이다.

소피아, 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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