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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열정에 산다] ‘한국의 자멘호프’ 이중기 회장

‘에스페란토’하면 대개 국제공용어 또는 이미 사어(死語)가 되어버린 과거의 언어 정도를 떠올린다. 혹자는 남미 어디에 있는 나라쯤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에스페란토는 1887년 폴란드 안과의사 자멘호프에 의해 만들어져 현재 120개국 3천만명 정도가 사용하고 있는, 아직도 살아 있는 국제공용어다. 그것은 또한 ‘1민족 2언어주의’를 통해 같은 민족끼리는 모국어를, 다른 민족과는 세계 공용어를 사용하면서 만인 평등과 세계 평화를 추구하는 하나의 언어운동이기도 하다. 에스페란토는 본래 ‘희망하는 사람’이란 뜻의 스페인어로 자멘호프 박사의 필명이었다.

한국 에스페란토협회 이중기 회장(50)은 국내에 에스페란토를 보급하기 위해 일생을 투자하고 있는 ‘한국의 자멘호프’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매월 수강생을 받아 직접 에스페란토를 가르치고 있는 서울 명동의 에스페란토문화원은 그의 에스페란토 사랑이 만들어 놓은 작은 성과이자 국내 에스페란토 보급의 전초기지가 됐다. 이 문화원에서는 매월 10명 이상의 ‘에스페란티스토(에스페란토를 사용하는 사람)’를 배출하고 있으며 지난 1991년부터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학생만 120기 1,200명이 넘는다. 국내에 ‘에스페란토-한글’ 사전을 가지고 있는 진정한 에스페란티스토가 2,000명 수준인 걸 감안하면 그 기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이회장이 에스페란토를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 때였다. 당시 선생님 한 분이 에스페란토를 했고 그것이 신기해서 빠져들기 시작했다. 대학에 가서는 에스페란토 동아리 회장까지 맡았다. “국제 교류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원론적인 말만 기억하고 있던 그에게 대학때의 경험은 충격적이었다. “동아리를 찾아오는 세계 각지의 에스페란티스토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어느 민족이냐 하는 것은 전혀 문제되질 않았고 모두가 공통의 언어를 통해 평등해질 수 있었습니다”

대학 졸업 후 잠시 회사에 취직했지만 에스페란토에 대한 그의 관심은 식지 않았고 결국 83년부터는 에스페란토협회 사무국 일을 시작으로 국내 에스페란토 보급에 앞장서기로 했다. 그리고 91년부터는 직접 문화원을 차리고 ‘희망하는 사람’을 배출하기 시작했으며 어느덧 에스페란토와 인연을 맺은 지도 이제 30년이 넘었다.

이회장은 또 현재 국내에서 유일하게 에스페란토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단국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200명이 넘는 수강생이 몰리는 인기과목이기도 한 이 수업에서 그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에스페란토 정신이다. “언어 장벽을 넘어서 전세계 어떤 민족도 동등하게 대화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에스페란토의 정신입니다. 해외에 나가면 에스페란티스토 끼리는 아예 집 열쇠를 내주고 편하게 생활하다 가라고 할 정도로 일종의 형제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회장은 수업시간마다 세계 각지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을 초청하고 학생들과 만나게 한다.

국제어를 표방하고 만들어진 언어가 300개를 넘지만 지금껏 살아남은 유일한 언어가 에스페란토임을 애써 강조하는 이회장. 그는 가르칠 수 있는 힘이 다할 때까지 에스페란토 문화원(www.esperanto.kr)과 대학을 통해 진정한 평화주의자, 에스페란티스토를 양성하고 싶다고 했다. “에스페란토 정신은 절대 자기 민족 언어를 무시하자는 의미가 아닙니다. 민족 언어를 지키면서 강대국의 언어가 아닌 중성적인 공용어를 보급시키자는 뜻이죠. 언어를 통한 세계평화라는 정신에 충실할 뿐입니다”

/박영환기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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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khan.co.kr/article/200201131649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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